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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6.04. 로데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 후기 2017. 6. 10. 04:27

    L. v. Beethoven - Ouvertüre „Coriolan“ in c-moll op. 62

    E. Lalo - Spanische Symphonie in d-moll op. 21*

    (Zugaben)

    - E. Ysaÿe - Finale aus Sonate für Violine Solo Nr. 4 in e-moll, op. 27*

    - N. Paganini - Caprice Nr. 21 in A-dur, op. 1*

    P. I. Tschaikowsky - Symphonie Nr. 5 in e-moll op. 64

    (Zugabe) P. I. Tschaikowsky - Polonaise aus „Jewgeni Onegin“, op. 24


    Ray Chen, Violine*

    David Afkham, Dirigent

    Rotterdams Philharmonisch Orkest


    리올란 서곡의 시작과 함께 악단의 색깔과 그 연고지의 상관관계를 재고하게 되었다. 각 파트의 소리가 융화되어 부드럽고 산뜻한 포르테를 내는 현악군의 소리는 확실히 RCO나 NPO의 그것과 매우 흡사했다. 리드미컬한 악상에서 확실한 어택을 지양하고 악구 사이에 여유를 두는 방식이 단원들 몸에 배어있었다. 선율은 아주 여린 소리로부터 서서히 피어오르는 듯이 노래했고, 이런 방식은 표정이 풍부한 제 2주제의 시작에서 실제로는 없던 파우제(pause)가 있는 듯 한 미묘한 처리에서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앙상블은 매무새를 느낄 수 없는 온건한 음색의 보완재 역할을 했다.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을 협연한 레이 첸은 스타일리쉬했다. 즉, 악보를 전지적 시점에서 내려다 보듯 곡을 속속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 청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준에서 곡의 맵시를 어떻게 최대한 효과적으로 살릴지 아는 연주자였다. 틈없고 확실한 테크닉, 날렵한 쉬프팅, 전달력 높은 압착된 음색 등은 이 라틴적인 곡을 연주하기엔 굉장히 적합한 요소였다. 악단과의 호흡 또한 굉장히 긴밀했고 오케스트라는 앙상블에 특화된 악단임을 재입증했지만,상기한 악단의 성격(혹은 에고)이 스스로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앙콜로 이자이의 소나타 4번 피날레와 파가니니 카프리스 21번 가장조를 연주했고 파가니니의 빈틈없고 어택이 확실한 살탄도는 기함 그 자체.


    차이콥스키 교향곡 역시 앞선 1부 연주 스타일의 연장선상. 앞서 언급한 특유의 아티큘레이션과 나긋나긋한 아고긱 덕분에 대선율은 주선율 위에 언제나 산뜻하게 얹혀 있었고, 클라이막스는 풍부한 소리로 한 겹 감싸 우아함을 그대로 간직했다. 러시아 음악에서 특히 기대하게 되는 금관의 활약 역시 악단 전체와 조화를 이루며 음악의 주도권을 굳이 취하진 않았지만, 묵직하고 부드러운 사운드로 화성의 방향을 제시했으며 악단의 양편에 포진한 금관군의 배치는 음향적 쾌감을 배가시켰다. 지휘자보다 악단의 개성이 우세한 연주였고, 지휘자는 악단의 특성을 존중해주는 조력자의 위치에 있었다. 템포 변화는 큰 단위 내에서 이뤄졌고 언제나 예측가능한 범위 안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법은 악단의 유한 성격을 살리기에 가장 적합했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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