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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Brahms - Konzert für Klavier und Orchester Nr. 1 in d-moll op. 15*
J. Brahms - Symphonie Nr. 4 in e-moll op. 98
(Zugabe) J. Brahms - Ungarischer Tanz Nr. 5, WoO. 1
Sunwook Kim, Klavier*
Michael Sanderling, Dirigent
Dresdner Philharmonie
마지막 코드가 끝나고 이어진 환호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피아니스트는 악단과 지휘자에게 공을 돌리고, 악단은 활을 흔들며 협연자에게 열띤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여섯번이 넘는 커튼콜에도 박수는 사그라들지 않았지만, 협연자는 이미 협주곡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버렸다. 앙코르는 모두에게 온당치 않았을 것이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브람스 협주곡 안에서 자신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작곡가의 청년기 작품이란 점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그가 열정에 가득 차 두려울 것 없이 자신만만하게 타건할 때 이미 그것은 생명력 충만한 '젊은' 연주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채 30이 되기도 전에 강건한 터치로 농밀하고 뚜렷한 음색을 갖춘 피아니스트는 휘몰아치는 악상 가운데서도 탄력적인 테크닉과 자기 목소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을 선사해주었다. 특히 론도 악장에서 이러한 덕목들이 모두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밀어붙이는 저돌성과 이것이 서커스가 아니라고 못박는 깊은 타건의 음색, 특히 코다에 이르러 지휘자와 협력하는 동시에 매섭도록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한편 성가와 같이 선적이고 명상적인 2악장은 서로의 지향점이 다른듯 싶었다가 내밀히 대화하며 침잠하는 과정이 숨이 멎을 정도였다. 악단의 역량이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중량감을 덜어낸 투명한 음색과 수렴하듯 모두가 한 호흡을 이루는 앙상블이 이 악장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끓어오르며 산화하는 클라이막스까지의 여정은 호흡이 길었고, 아르페지오는 베이스라인을 강조하는 한편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며 황홀경을 전해주려는 욕심 대신 악단의 소리에 녹아들며 일체를 이루는 차분하고 거시적인 안목이 돋보였다.
2부 교향곡 4번은 짧게 정리하자면 방송으로 들어왔던 독일 중견 악단의 특징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할 정도로 번뜩이거나 대단한 점은 없었지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응축된 앙상블의 저력은 꽤나 인상깊은 수준이었다. 미하엘 잔데를링은 이따끔 수비토 피아노-크레셴도를 요구할 때가 있었는데 그다지 납득가지 않는 해석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과한 자의식을 지양하고 밸런스를 조절하며 편안한 앙상블을 이루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