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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17.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 후기 2017. 3. 19. 23:24

    S. Prokofieff - Konzert für Klavier und Orchester in C-dur op. 26*

    (Zugabe) J. S. Bach / A. Vivaldi - Siciliano aus Konzert in d-moll BWV. 596 (bear. : Alfred Cortot)*


    R. Wagner - Der Ring des Nibelungen, Orchesterspiel (bear. : Henk de Vlieger)


    Behzod Abduraimov, Klavier*

    Edo de Waart, Dirigent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바그너 동곡 연주를 계획했던 작년 네덜란드 방송교향악단(마르쿠스 슈텐츠 지휘) 내한 불발이 뼈아프게 느껴진 공연이었다. 반지 시작부터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앙상블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결국 우려만 한 채 연주가 끝나버렸다. 이 날의 메인은 압두라이모프의 프로코피에프였고, 2부의 열광과 기립박수의 주인공은 그 피아니스트여야만 했다.

     90년생의 이 피아니스트는 공연장 음향에 대해 감을 잡자마자 확신을 가진 터치로 무대 위 공기를 뜨겁게 바꿔놓았다. 타악기적인 확실한 리듬감과 당찬 표현력으로 큰 스케일을 유감없이 드러냈으며, 이따금 저기압 상태와 같은 루즈한 표정까지 놓치는 법이 없었다. 건강하고 다부진 소리 사이에 반음계 등에서의 기막힌 톤컬러 변화는 굉장히 매혹적이었다. 전체적으로 각 패시지마다 분절되기 쉬운 음악을 그 매무새마다 프레이즈를 맛깔나게 다듬어 음악의 흐름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해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해냈다. 관현악도 흠없이 비교적 탄탄하게 뒷받침해줬고 목관 솔리들도 표정이 풍부했었다.

      바르트의 지휘는 큰 표정 변화 없이 단단한 음악을 추구하려는 것 같았다. 템포의 운용이 진중한 편이었고 작은 디테일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는데, 그 미학이 이 날의 연주에 전혀 제대로 녹아들지 않았다. 매우 뛰어난 연주자들이 금관, 타악에 대거 투입되었는데도 그들간의 앙상블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빈약한 소리와 음표 따라가기에 급급한 현악군은 기존 수석진의 부재가 뼈아프게 느껴졌다.

     라인골트 전주부터 호른 앙상블은 각자의 소리가 너무 구체적이었고, 현악기들의 움직임은 작고 기민한 소리가 아니라 소심한 소리로 일관해 물안개에 싸인듯한 은은한 매력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발할 입성 장면의 경우도 현악군들이 음향적인 무언가를 전혀 구축하지 못한 주절거림에 가까웠으며, 결국 바그너 튜바가 긴 호흡으로 충분한 위엄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했다. 바그너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뚫고 나오는 금관 또한 도취적인 순간을 전혀 표현해내지 못했는데, 좋은 단원들이 포진해 있는데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꽤나 의문스러웠다. 오케스트라 피스로 친숙한 발퀴레 3막 전주에서나 지크프리트 장송행진곡의 경우 그나마 자신감 있는 소리가 나오긴 했으나 정돈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보에, 호른 수석들의 기량과 표현력이 돋보이는 지크프리트의 숲속 장면에서는 각각의 개인 기량 덕분에 꽤나 귀기울여 들을 만한 음악이 나오기도 했으나 그뿐이었다. 'Siegfried und Brünhilde'의 어오르는 벅차오름이나 'Siegfrieds Rheinfart'에서의 자신만만함은 금관의 앙상블이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각 악기들의 의미없는 나열이 되고 말았다. 

     바그너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지고 동시에 까다롭기까지한 금관군의 실책이 그들에게만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중요한 악기들이 제대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비유하자면) '음향적인 카페트'를 깔아줘야 할 현악이 앙상블의 척추가 되지 못한 채 부정확하고 소극적인 연주로 임한 탓이 제일 크다고 본다(지난 2월 사라스테 연주에서 첼로 파트의 두각을 보여준 이상 엔더스가 이 날 연주에 참여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기도 한다). 동시에 그 어느 파트도 제대로 교통정리를 하지 못한 바르트는 극장에서 짧은 시간 안에 음악을 만들어 내야 하는 카펠마이스터 형 지휘자들을 그립게까지 했다. 그가 탄탄한 소리를 갖춘 악단을 지휘했다면 또 모를 일이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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