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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2. 안드레이 이오니처 리사이틀 (금호아트홀)공연 후기 2017. 3. 6. 23:30
F. Francœur - Sonate für Violoncello und Klavier in E-dur
I. Strawinsky - Suite Italienne
R. Schumann - Drei Romanzen für Oboe und Klavier op. 94 (bear. für Violoncello und Klavier)
D. Schostakowitsch - Sonate für Violoncello und Klavier in d-moll op. 40
(Zugaben)
- B. Bartok - Sechs Rumanische Volkstänze
- Arirang (Koreanisches Volkslied)
- J. S. Bach - Arioso aus Kantate BWV. 156Andrei Ioniţă, Violoncello
Naoko Sonoda, Klavier
음악성, 열정, 테크닉 모두를 갖춘 엄청난 첼리스트. 2015년 차이콥스키 콩쿨에서 우승한 이 연주자는 결정적인 순간에 발을 구르면서까지 자신의 음악에 미친듯이 몰입하면서 청자를 음악 속으로 끌어들였는데, 그러한 모습에서 이따금 젊은 시절의 로스트로포비치까지 연상되기도 하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기나긴 프레이징, 폭넓은 다이나믹과 풍부한 음색, 주관대로 음악을 저돌적으로 만들어 가는 연주자에게 악보는 악보의 내용보다 연주자 자신을 표현하는 텍스트에 가까웠다. 연습실에서 만들었던 음악은 모두 잊은 듯 무대에서 순간순간마다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잊지 못할 연주를 선사해 주었다.
첫 곡 프랑쾨르의 소나타는 이 곡이 바로크 시대의 곡임을 잊기라도 한 듯 지극히 낭만적인 해석으로 일관했다. 풍부한 비브라토와 끝없이 이어지는 레가토의 느린 악장과, 빠른 악장에서 프레이즈를 큼지막하게 나누어 대단한 집중력으로 돌파하는 연주는 첫 곡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따금 더블스탑의 거친 소리와 가보트 악장의 위트가 약간 아쉽기도 했지만, 이전에 언급한 요소들이 이런 약점들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았다.
이어진 스트라빈스키에서 본격적으로 폭주기관차와 같은 추진력으로 음악을 만들어 나갔다. 자신감 넘치는 당찬 보잉, 거침없는 왼손의 도약, 열정적이고 설득력에 가득 찬 인토네이션, 그 무엇보다 음악에 미친듯이 몰입하여 그 순간순간을 만들어 나가는 연주자를 더 어떤 말로 설명해야 할 지. 앙코르인 버르토크 6개의 루마니아 춤곡에서도 그랬듯, 이따금 그 긴장 넘치는 '순간'을 위해서 주법의 편리함을 희생했는데, 그때마다 그 어려움을 짜릿하고 멋지게 소화해냈다.
슈만 세 개의 로망스로 문을 연 2부는 피아니스트와의 호흡이 이전보다 잘 어우려져 더 편한 자세로 감상할 수 있었다. 본래 오보에를 위해 작곡된 이 곡의 첫 곡에서 이오니처는 그 끝없이 이어지는 프레이즈를 유감없이 표현해냈다. 피아노와 함께 호흡할 때, 혹은 숨표를 '연주'해야 하는 내적인 순간에서 그 순간 자체에 깊이 침잠하기보다는 뒤에 이어질 프레이즈를 내다보며 연주했다.
첫 악장의 50마디가 넘도록 첼로 파트보에서 쉼표라고는 하나밖에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긴 라인과, 어딘가 미궁에 빠진 듯 시작되는 쇼스타코비치에서 이오니처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듯한 아티큘레이션으로 음악을 열었다. 전개부의 클라이막스 프레이즈를 같은 표정으로 일관하지 않고, 그 프레이즈의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해서 절정을 밀고 나가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읊조리는 듯 시작하는 3악장도 악구를 세부적으로 분할하지 않고 곡 전체를 하나의 연속된 흐름으로 보았는데, 그 때문에 메인 테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어느새 절정에 이르어 고통에 신음하고 있게 되었다. 이 곡에서 피아니스트도 뛰어난 동반자였으나, 이 악장의 신음하는 듯한 피아니시모에서 음색의 스펙트럼이 좁았던 점은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스케르초와 피날레 악장에서 강렬한 터치로 독주자와 음악을 대등한 관계에서 만들어 나간 적극성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독주자 역시 빠른 악장에서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음악에 몰입하면서 크게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집중력과 정확성의 끈을 놓는 법이 없었다. 그 몰입이 얼마나 엄청났는지 테크닉은 이미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준이었고, 마지막엔 단지 음악 자체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마지막 앙코르인 바흐의 아리오소가 끝나고 나서 이오니처는 자신의 음악에 감동받은 듯 벅찬 눈빛으로 청중을 바라봤는데, 이 날의 연주는 충분히 그럴만한 연주였고 그 몰입의 순간에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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