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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4.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롯데콘서트홀)
    공연 후기 2020. 2. 15. 02:56

    Gustav Mahler - Symphonie Nr. 2 in c-moll „ Auferstehung“

    The National Chorus of Korea
    Seoul Motet Choir
    Grande Opera Choir
    Seoul Philharmonic Orchestra

    Siobhán Stagg, Sopran
    Catriona Morison, Mezzosopran
    Osmo Vänskä, Dirigent

     

     

    오스모 밴스케의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취임연주회.


    서울시향이 말러 교향곡 2번을 가장 최근에 연주한 때는 6년 전인 2014년 6월, 정명훈 전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서였다. 그 해의 말러 5번과 전해 2013년 9번 레코딩 사이에 열린 연주여서 기대가 높았던 공연이기도 했으며, 오프스테이지에 금관 아카데미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등 서울시향의 진행사업들도 점차 그 결실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연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서울시향이 다시 부활을 연주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때와 현재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수준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달라졌다는 얘기일 뿐이다.

     

    어쨌든 연주 외적인 의미부여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연주의 시작은 확실히 기분이 좋았다. 약간 들뜬 기대감을 자극하며 거침없이 나아갔으며, 이내 이어지는 서정적인 악구에서는 숙련된 악단만이 구사할 수 있는 긴장감 어린 약음처리가 돋보였다. 서울시향이 그동안의 표류기간을 잘 버텨왔다는 증거일테다. 연주상 불편한 자잘한 부분들 역시 깔끔하게 넘어가는 모습에서는 악단 스스로도 얼마나 더더욱 공들여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시종일관 어떤 긴장을 놓을 수 없었는데, 말하자면 불편한 긴장감이었다. 악기들의 도입과 타이밍이 깔끔하지 않을 때가 굉장히 많았는데, 지휘자와 악단이 아직은 서로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치명적인 순간들이 많았다. 템포 변화가 있을 때마다 서로 엇나가는 일들이 상당히 잦았고, 그때마다 각자가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모양새였다. 동시에 타악기들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주춤하는 모습도 자주 포착되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감상하면서 더이상 음악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오히려 불안에 조마조마하게 되었다.

    이쯤에서 말러는 작곡가이기 이전에 지휘자, 특히 오페라 지휘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말러 교향곡 악보에는 수많은 지시사항이 세세하게 적혀있는데, 그런 코멘트는 말러가 자신의 악보에다가 지휘자의 입장에서 기입한 것에 가깝다. 그만큼 주관적이고 미묘한 면을 지니는 지시어들은 동시에 매우 구체적이고, 극적인 장치에 가까우며 다시말해 지극히 오페라틱하다. 그말인 즉슨 말러를 연주하는 지휘자에게는 당대의 뛰어난 오페라 지휘자였던 말러와 같이 포디움에서는 매 순간 고도의 순발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리라.

    이런 면에서 밴스케에게는 그런 순발력이나 정교함을 찾기 힘들었으며, 따라서 악단이 준비한 정성이 아까운 안타까운 순간들이 매우 잦았다. 특히 5악장 합창 시작 직전의 오프스테이지와 플룻의 사고는 굉장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런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에서 볼 때 그 책임은 악단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동시에 그런 결점들을 메울 뚜렷한 지향점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다. 악기간 밸런스나 앙상블은 공을 들인 티가 났지만, 곡의 내용에 비해서는 지극히 순음악적이고 그 이상의 의도는 느끼기 어려웠다. 그 빈자리를 카리스마로 메우는 지휘자들도 있긴 하지만 밴스케가 그런 부류의 인물은 아닌 것 같다.

    의외의 선전은 합창이었다. 잔향이 긴 홀의 특성을 십분 이용한 것인지 상당히 무게를 덜어낸 발성으로 시작을 알렸는데, 이런 자연스러운 소리는 합창 종결까지 굉장히 부담없이 연주회장을 울렸다. 한국에서 이렇게 맑은 대형 합창을 듣게될 줄은 몰랐다. 독창은 그렇게 각별하진 않았고, 이따금 불명확한 자음 딕션이 신경쓰이긴 했지만 흐름을 깨는 것은 아니었다. 사족으로 Urlicht에서 현악의 긴장어린 약음 처리가 굉장히 인상깊었던 점은 짚고 넘어가고 싶다.

    확실히 평소의 서울시향보다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연주였다. 무대든 객석이든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일말의 부푼 기대감을 갖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연주가 끝나고 나서는 기분이 굉장히 복잡해졌다. 연주에 담긴 준비와 그 결과의 괴리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악단의 정성을 폄훼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악단은 오히려 대부분 제 역할을 해주었다. 그렇지만 그 정성을 예술적으로 승화할 기폭제같은 존재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는 이 연주를 통해서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의 연주와 성공이 이를 보여주길 바라고, 동시에 서울시향이 앞으로 다시 본격적으로 비상하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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