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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1.07. 서울시립교향악단 실내악시리즈 I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공연 후기 2019. 1. 8. 03:26


    J. S. Bach - Partita für Violine Solo Nr. 2 in d-moll BWV. 1004
    J. S. Bach - Sonate für Violine Solo Nr. 3 in C-Dur BWV. 1005
    (Zugabe) J. S. Bach - Andante aus Sonate für Violine Solo Nr. 2 in a-moll BWV. 1003

    A. Dvorak - Streichquintett Nr. 3 in Es-Dur op. 97*


    Christian Tetzlaff, Violine (1. Violine*)
    *Mitglieder der SPO (Jiyun Han / Yoonji Kang, Min-Kyung Sung / Joon-ho Shim)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바이올린 (제1바이올린*)
    *서울시향 단원들 (한지연 / 강윤지, 성민경 / 심준호)


      지극히 인간적인 바흐였다.

      사흘 내리 연속됐던 테츨라프 연주를 모두 감상하고 나서 비로소 <테츨라프 사용설명서>라는 리플렛을 읽어봤다. 그 가운데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내가 들은 테츨라프>라는 글에 공감하는 바가 매우 많았다. 본문 중 밑줄쳐진 부분을 인용해본다.

    그(테츨라프)의 소리는 위안을 주는 휴식처가 아니다. 느끼는 대신 직시하고, 이해하는 대신 질문하는 소리, 아름다움이란 두리뭉실함을 날카로운 감정들로 대체하는 그런 소리이다.

      그가 바흐로 하여금 청중을 인도한 곳은 음악만이 남는 이데아가 아니었다.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악기 주법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고 해도, 그런 연구를 통한 학구적인 면을 뛰어넘어 감정을 담아내고자 할때는 과장된 비브라토나 활의 무게로 낭만적인 표정을 거침없이 보여주며 큰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단적인 예로 라단조 파르티타의 그 유명한 샤콘느는 다소간 흥분이 어려있는 템포로 주제를 열고서는, 각각의 변주가 지닌 캐릭터를 독립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다음 변주로 이행하는 표정의 변화로 하여금 모든 곡이 연결성을 지니며 하나의 장대한 서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모음곡/소나타 전체로서는 오히려 각 악장간의 템포 대비를 굉장히 부각했다. 아, 차라리 스케르초에 가까운 지그의 숨가쁜 템포샤콘느를 위한 대비였던 것이다.

      테츨라프의 연주는, 각 곡이 지닌 춤곡의 리듬을 들려주는 것 자체에 주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음악이 지니고 있는 파토스를 끄집어내려는데에 있었다고 느꼈다. 사실 연주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간은 의아했는데, 바흐 연주에서 기대하는 이상적인 것들(안정된 박자감각과 깔끔한 보우 스트로크 등)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연주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따금은 극과 극을 오가며, 심지어는 자신의 호흡에 약간 벅차하면서도 음악의 텐션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아름다움 그 자체를 넘어선다는 것을 알아차리고서는 그와 호흡을 함께할 수 있었다. 정제되지 않은 격렬함도 보여주는가 한편 지평을 넘어선 끝없는 어딘가로 이끄는 그의 연주는 순간적이고 감정적이었다. 까다로운 패시지를 멋지게 처리해냈다는 것 자체는 이미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고, 까다로운 더블스탑이 쏟아지는 다장조 소나타도 그의 소신대로 연주해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테크닉은 언제까지나 표현을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한편 그의 그라이너 바이올린은 약간 설익은 모던악기의 사운드로 하여금 어떤 면에서는 이상보다 지상에 머무는 하는 역할을 했을 수도 있겠다고 조심스레 말을 더해본다.

      서울시향 단원들이 함께한 드보르자크의 오중주는 앙상블리스트로서의 테츨라프뿐만이 아닌, '손색 없는'이란 수식어도 미안할만큼 뛰어난 앙상블을 선사해준 시향 단원들의 솜씨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시향 단원들과 함께 녹아든 테츨라프의 앙상블 능력은 단원들 사이에서 전혀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으며, 1바이올린이 중심이 되기보다 각 주자들이 흐름에 따라 주도권을 잡는 진정한 의미의 앙상블이 만들어졌다. 그에 따라 드보르자크 특유의 생동감이 훨씬 배가되었고, 단원들 개개인의 표현력 또한 놀라운 수준이었으며 세부적인 표현 역시 뛰어났다. 특히 테츨라프와 마주 앉은 위치에서 밀리지 않고 주도권을 챙긴 강윤지 비올라 수석의 역량이 특히 인상적이었으며, 가운데에서 안정적으로 앙상블을 뒷받침하는 심준호 첼로 수석 역시 발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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